달밭기미를 뒤로 하고 지게 등(지게를 지고 넘던 산등성)을 오른다. 산 너머 옆 포구로 가기 위해서다. 매트가 깔려있는 가파른 길을 오르면 지게지고 다니던 폭 좁은 길을 걷게 되고, 등성에 다다르면 골짜기로 내려가는 걷기 편한 숲길을 따라 내려간다. 마을이 없는 포구에는 멸막(멸치공장)인 창영수산이 멸치를 가공하고 있고, 하동 마을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방파제 끝으로 나가면 내치도, 혈도, 먼 바다를 볼 수 있는 평평한 너럭바위가 있다. 바위에 걸터앉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잡념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이다. 바다 건너엔 안굴전이 가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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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에서 오른편 산으로 올라 걸으면 이내 오래된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나게 된다. 다니는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아 이 길을 걷는데 별 문제는 없다. 약 15분 정도 걷다보면 하동 마을의 끝에 이르게 되는데, 사람 키 발도 되지 않는 얕은 바다가 눈 옆으로 계속 따라온다. 간조 때는 저 멀리 바다 한 가운데까지 갯벌이 완전히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닷개, 고동, 바닷새 등 다양한 생명이 이곳 갯벌에서 공존하고 있다. 돌로 쌓다 만 방파제도 간조 때 그 모습을 올곧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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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바다를 보고 걷는다. 상하동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걷기 좋은 비포장 길이다. 이 길을 계속가면 굴을 생산 가공하는 영어조합 공장이 있다. 그러나 그곳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방향을 잡아 왼편으로 또 다른 만(灣)인 마상포 갯가를 끼고 돈다. 길 위쪽에 공동묘지가 있고 중간 중간 길 위 아래로 묘지들이 있다. 옛날 갯가 마을의 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부서진 굴껍질이 길 바닥에 깔려있어서 갯가 마을의 길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한다.

 

마상포 마을에 가까워 오면 왼편 바다쪽에 대나무 숲이 나온다. 길을 따라 대나무 숲을 빠져 나가면 여수 갯가에 이런 곳이 있을까 믿기 어려운 용암암반이 나온다. 갯벌 위에 폭 100여 미터나 되는 용암암반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 사실을 통해 용암이 흘러나와 돌산섬이 형성된 것이라고 추론해보게 한다. 주변 굴 양식장과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갯가길의 이색적인 볼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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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마상포 가는 굴껍질이 깔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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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암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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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암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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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암반 3